고등학교를 다니는 많은 학생들은 희망 학과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.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도 선택 과목을 정하거나 원서를 쓰면서 내가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따져보며 고민하겠지만,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그 고민의 과정이 비교과들로 생기부에 다 드러나기 때문에 더 초조해지고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. 특별한 계기가 있어 특정 분야에 관심이 생기는 경우를 제외하면, 보통은 고민 끝에 취직하는 데 유리한 과를 선택하게 됩니다. 저는 문과이기 때문에 문과 입장에서 말해보자면 보통 수학이 괜찮으면 경제를, 수학만은 싫다 하면 경영을 선택하더라구요. 상경 쪽이 취업이 잘 된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고, 꼭 그게 아니더라도 요새 학과를 살려서 그대로 취업 안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갖게 되든 그나마 포괄적으로 쓰일 수 있는 상경 계열 학과를 선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. 그리고 다수가 그러한 선택을 하는 데는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. 하지만 여기서 인기 학과 지원에 꼭 따라붙는 딜레마가 발생합니다. 학과가 먼저인가 학교가 먼저인가? 학과를 포기하고 학교를 높일 것인가, 학과를 선택하고 학교를 낮출 것인가?물론 성적이 충분해서 둘 다를 챙길 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요. 혹은 가고 싶은 학과나 학교 둘 중 하나가 너무 명확해서 그걸 준거로 삼을 수 있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일 겁니다. 그러나 많은 고등학생들은 특정 학과를 뚜렷하게 지망하기엔 아직 그 학과에 가서 배우게 될 학문과 나와의 궁합이 미지수인 경우가 많고, 특정 학교를 뚜렷하게 지망하기엔 그 학교여야만 하는 이유가 부족합니다. 원서를 쓰는 순간까지도 특정 동기로 그 학과/학교를 선택했다기보단 그곳에 가기 위해서 특정한 동기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대다수일 만큼이요. 그러니 학과는 내가 정말 싫은 몇 가지만 빼고 가장 취업하기 괜찮다는 학과로, 학교는 내가 쓸 수 있는 학교 중 가장 높은 학교로 선택하게 되기 마련이지요.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. 게다가 저는 경영이 적성에 꽤 맞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, 경영학과로 대부분의 원서를 썼고 그 외 경쟁률이 낮은 과는 소위 말해 안전장치 셈 치고 썼습니다. 그러나 결과적으로 저는 학과와 학교 중 학교를 선택한 쪽에 속합니다. 제 소개를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독일어과에 재학 중입니다. 저는 고등학교 내내 경영학과를 준비했었고, 수시를 쓸 때도 과반수 이상을 경영학과에 넣었습니다. 그러나 늘 가장 높은 최저도 가뿐하게 넘던 모의고사 성적과 관계없이 제 실제 수능 성적은 최저 기준을 맞추기엔 너무 낮았고, 교과와 학종으로 준비한 학교들은 논술 준비를 열심히 하며 논술로 지원한 학교들로 인해 눈이 높아진 제게 불만족스러웠고, 결국 저는 논술 중 경쟁률 낮은 안전장치로 딱 하나 썼던 독일어과에 오게 되었습니다. 학교 자체는 학종이나 교과로 썼던 곳보다 훨씬 높아졌지만 학과는 생각해 본 적 없던 곳이라 당황스럽기만 했었죠.제 의지와 상관없이 과보다 학교를 선택한 셈이 되어버린 저는 대학교에 와서 저와 비슷한 친구들을 많이 봤습니다. 아무래도 외대다보니 정말 다양한 나라의 언어를 다루는 어문과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데, 그 중 정말 그 나라의 언어를 전공하기를 원해서 온 학생들도 많았지만 저처럼 학과나 학교 중 학교를 선택한 친구들도 아주 많아 보였습니다. 저는 대학에 와서 독일어를 배우면서 같은 독일어과 동기들 중 이미 독일에 살다 와서 독일어를 굳이 또 배울 필요 없는 친구들도 많이 만났으니까요.그런 친구들을 만나고, 직접 학과와 학교 중 학교를 선택한 케이스로 2년을 다녀 본 저의 결론은 이것입니다. 학과가 먼저인가 학교가 먼저인가? 학교가 먼저입니다. 단, 본인에게 '최악'인 과만 피하면 됩니다. 이유는 단순합니다. 대학에 와서 공부해보고 나서 학과만 바꿀 수도 있고(전과, 복수전공 등), 학교도 바꿀 수 있습니다(편입, 반수, 재수 등). 그러니 둘을 비교하자면 학과를 바꾸는 쪽이 비교도 안 되게 쉽습니다. 학과는 여러 방법을 통해서 바꾸거나 다른 학문을 또 전공할 수도 있지만, 학교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입시를 다시 해야만 합니다. 입시를 다시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입시를 겪고 계신 여러분이 가장 잘 아시겠지요. 그리고 대학교에 와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수업들을 접하다 보면 꼭 전공이 아니어도 여러분이 새롭게 관심이 생기는 분야를 배우고 그쪽으로 활동해보고 진출할 수 있는 기회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. 그러나 위에 말씀드렸듯이, 아무리 학과보다 학교라고 해도 그 학과가 본인에게 최악이면 안 됩니다. 학교보다 학과를 바꾸는 게 쉽다지만 학과를 바꾸려면 성적이 필요합니다. 그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본인이 가장 싫어하는 것을 공부해야만 하는 학과면 안 됩니다. 왜냐하면, 물론 고등학교 때보단 덜하다지만 대학교에서 남들과 경쟁해서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공부를 생각보다 많이 해야 하고, 학원이나 담임선생님이나 인강이 없는 이제는 그 공부를 또 본인 스스로의 의지로 해야만 합니다. 그런 상황에서 본인이 쳐다도 보기 싫은 과목을 공부해야만 하는 전공이라면 매 수업이 지옥일 겁니다. 나는 수포자인데 경제학과를 간다? 나는 영포자인데(그런데 사실 영포자는 대학 수업을 듣는 것 자체가 힘들 것 같긴 합니다) 국제통상학과를 간다? 나는 영어든 제 2외국어든 언어 공부가 너무 싫은데 어문과에 간다? 이런 건 스스로를 지옥에 몰아넣는 겁니다. 그러니 정리하자면, 여러분이 확실히 원하는 학과나 학교가 있다면 그대로 밀고 가세요.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해야만 후회가 안 남고, 경험상 그렇게 확실한 꿈을 갖고 노력했던 친구들은 그게 이뤄지든 안 되든 결국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또 하고 싶은 걸 찾아내고 결국은 그게 뭐가 됐든 잘 해내더라구요. 그러나 제목에 있는 것처럼, 학과가 우선인가 학교가 우선인가?로 고민하고 있는, 학과는 최대한 취업 잘 되는 곳으로 가고 싶고 학교는 최대한 높은 데로 가고 싶은 대다수의 분들은 학교를 선택하는 걸 추천드립니다. 대신 높인 학교에서 과를 선택할 때, 본인이 절대 하고 싶지 않은 공부를 배우는 과는 제외하고 고르세요. 만약 그 학과에서 뭘 배우는지 모르겠다 하시면 그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수강편람이나 졸업요건을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. 신중하게 선택하시되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라고 두려워하진 마세요. 어떤 선택은 돌이킬 수는 없어도 새로운 길을 내며 계속 나아가서 결국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는 있는 것 같더라구요.